[매필] ‘정의의 미래 “공정”’ 제1장 정의와 인간관
미래비전과 정의와 공정의 관계를 생각하는 전제로서 인간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자신이 과거 행위의 집적, 쌓임이듯이 미래는 현재 행위의 집적, 쌓임입니다. 현재의 삶을 어떻게 사는가에 따라 미래는 결정됩니다. 현재 자신이 얼마나 충실하게 사는가, 어떻게 사는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 잘 모를 뿐입니다. 개인의 미래가 개인 행위의 집적, 쌓임이라면 사회의 미래는 개인들의 욕망과 의지, 조직의 힘, 공동체으 ㅣ희망, 인간들 사이의 마찰 등 세상 모든것이 한꺼번에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미래 사회가 워낙 많은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힘은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만드는 개인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단 하나의 정확한 예측은 어떤 미래를 예측하던 실제 우리가 볼 세상은 그와 다르다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단위의 미래비전은 일정한 방향을 보여줍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비전 2030’ 역시 미래 국가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시의 미래비전은 “함께 가는 희망 한국”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명제들입니다.
- 성장과 복지 간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국가
- 경쟁에서 탈락한 자에게도 재도전의 기회가 제공되는 따뜻하고 포용력 있는 국가
- 성별/장애/학력 등으로 인한 차별이 없고 다양한 기회와 계층 간 원활한 이동이 보장되는 국가
- 공정하고 합리적인 경쟁원칙을 확립함으로써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국가
‘비전 2030’의 미래 국가의 모습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데 미래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고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을 그리는 것이 타당하기는 한 것일까요?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래비전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인생은 무상하고, 무상한 것은 괴로운것이고 괴로운 것은 자신이 아니고 자신의 것도 아니라는 불교사상을 가진 분들도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을 세우면 훨씬 충실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같은 이치로 국가 단위의 미래계획을 세우면 훨씬 더 지금 충실하게 국가를 경영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현재의 행위가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그러므로 현재에 충실해야 하는데 그 충실함을 계획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미래 국가의 모습은 현재 국가의 행동에 의하여 결정되고 현재 국가의 행동은 행위의 가능성에 의하여 결정되고 행위의 가능성은 바로 계획, 국가의 의지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개인의 미래비전을 위해서 개인의 결단과 계획이 필요하듯 국가의 미래비전을 위해서는 국가의 결단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이때 결단을 맹세, 서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국가의 결단, 맹세는 일정한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성장 일변도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성장과 복지의 동반 정책을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공정에 초점을 두고 성장을 부차적인 목표로 둘 것인가 하는 것은 일종의 철학적 결단입니다. 철학적 결단은 인간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인간관에 달려있습니다. 미래비전, 미래 국가의 모습은 인간관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인간관은 인간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무엇이 인간을 움직이는 근본 동력인가, 인간과 사회의 관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는 무엇인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관이 제대로 서야 인간의 행복과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국가는 구성원인 시민의 행복과 안전, 이익을 위하여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정의와 공정 중심 미래비전의 가장 바탕에 있는 것은 인간관입니다. 인간관은 인간과 인간 외부, 즉 인간과 사회, 인간과 국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이에 따라 인간관을 여러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만 인간과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을 중심으로 인간관을 분류해 보면 경제를 중심에 놓는 인간관, 정치를 중심에 놓는 인간관, 윤리와 가치를 중심에 놓는 인간관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들 인간관은 각각 자본 중심의 인간관, 국가 중심의 인간관, 사람 중심의 인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